진의는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작제건(作帝建)이라고 하였다. 작제건은 어려서부터 슬기롭고 용맹스러웠다. 그는 나이 대여섯 살이 되었을 때 자기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다. 진의는 그제야 당나라 천자로 있는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작제건은 장성함에 따라 그 재주가 비상하고 육예가 뛰어나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그는 활을 잘 쏘았다. 진의는 그의 나이 열여섯 살이 되자 그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활과 화살을 주었다. 작제건은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며 그 활을 쏘아 보았다. 백발백중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작제건이 신궁이라고 말했다. 작제건은 무예를 익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는 마침내 장삿배를 얻어타고 아버지를 찾아 떠났다. 그러나 배가 얼마 가지 않아서 도중에 표류하고 말았다.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새까맣게 끼어서 사흘 동안 방향을 잃고 헤매었다. 사람들은 모두 절망 상태에 빠진 채로 하늘에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놀라지 마오. 나는 서해의 용왕인데 그대가 오기를 기다렸소." "무슨 말씀입니까." "저건 정말로 여우이니 의심하지 말고 어서 활을 쏘시오."
진의는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작제건(作帝建)이라고 하였다. 작제건은 어려서부터 슬기롭고 용맹스러웠다. 그는 나이 대여섯 살이 되었을 때 자기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다. 진의는 그제야 당나라 천자로 있는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작제건은 장성함에 따라 그 재주가 비상하고 육예가 뛰어나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그는 활을 잘 쏘았다. 진의는 그의 나이 열여섯 살이 되자 그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활과 화살을 주었다. 작제건은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며 그 활을 쏘아 보았다. 백발백중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작제건이 신궁이라고 말했다. 작제건은 무예를 익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는 마침내 장삿배를 얻어타고 아버지를 찾아 떠났다. 그러나 배가 얼마 가지 않아서 도중에 표류하고 말았다.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새까맣게 끼어서 사흘 동안 방향을 잃고 헤매었다. 사람들은 모두 절망 상태에 빠진 채로 하늘에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점치는 사람이 있다가 점을 치고 나서는 바다가 사나운 것은 이 배에 삼한 사람이 있어서 용왕이 노한 것이라고 하며 삼한 사람을 찾아 바다에 버려야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작제건은 살 길이 막연한 것을 느끼고는 활을 들고 스스로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바위가 보였다. 그는 그 곳으로 갔다. 그랬더니 안개가 씻은 듯이 개고 바람은 순풍이 되어서 배는 나는 듯이 달아났다. 작제건이 올라온 곳은 바위로 된 섬이었다. 작제건은 홀로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때 어디선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한 사람 나타났다. "놀라지 마오. 나는 서해의 용왕인데 그대가 오기를 기다렸소." "무슨 말씀입니까." "사실은 이곳에 백년 묵은 늙은 여우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놈은 조화를 잘 부립니다. 저녁 때가 되면 여래상으로 변하여 하늘에서 운무 사이를 뚫고 서서히 내려와 이 바위에 앉아서 꽹가리와 북을 치며 옹종경을 읽는데, 그러면 나는 어찌된 일인지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소. 듣건데 그대는 활을 아주 잘 쏜다니 나를 도와 그놈을 쏘아 주오." 작제건은 용왕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용왕은 몇 번이나 당부를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침내 저녁 때가 되었다. 시간이 되자 공중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며 서북쪽에서 무엇인가 내려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부처가 틀림없었다. 작제건은 화살을 당기지 못하고 부처를 바라보았다. "저건 정말로 여우이니 의심하지 말고 어서 활을 쏘시오." 언제 나타났는지 용왕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작제건은 이 말에 용기를 얻어 활을 겨누어 힘껏 당기었다. 활줄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부처를 명중하자 부처는 공중으로 솟았다가 떨어졌는데 과연 수백 년 묵은 여우였다. 용왕은 크게 기뻐하며 작제건의 노고를 치하하고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용왕은 여러 가지로 환대하며 작제건을 기쁘게 하였다. "내 환난을 없게 하여 주어서 정말 고맙소. 내가 그대의 은덕을 보답하고자 하는 뜻에서 한 가지 묻겠소. 그대는 당나라에 가서 천자인 아버지를 뵙겠소? 아니며 내가 칠보를 줄테니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봉양하겠소?" 작제건은 잠시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나의 소망은 동쪽 땅에 가서 왕이 되는 일이오." "동쪽 땅의 왕이 되려면 그대의 자손 삼건을 기다리면 되지만, 그밖의 일은 오직 운명이라 할 수 없는 일이오." 작제건은 아직 때가 이르지 못하였다는 말에 실망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농담을 하였다. "젊은이는 왜 그렇게도 생각을 못 하오? 용왕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는데 어째서 그 딸을 달라고 하지 않소." 이 말에 작제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제건은 용왕에게 요청하여 그의 딸 저문의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는 이제 용왕이 준 칠보를 가지고 아내와 함께 돌아가려고 했다. 이 때 용왕의 딸 용녀가 작제건에게 말했다. "아버지에게는 칠보보다 더 귀중한 버드나무 지팡이와 돼지가 있으니 그것을 달라고 해요." 이 말을 들은 작제건은 칠보 대신 버드나무 지팡이와 돼지를 달라고 했다. "허허, 이 두 물건은 나의 귀중한 물건인데 그렇다고 그대가 청하는 것을 거절할 수야 있나." 용왕은 이렇게 말하며 칠보에 돼지까지 주었다. 작제건은 용왕이 준 보물을 싣고 창룡굴 앞에 있는 강가에 이르렀다. 이 소문을 듣고 백주를 비롯한 이웃 고을 사람들이 영안성을 쌓고 궁실을 지어 이들을 맞이하였다. 이들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영안성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용녀는 개주 동북쪽 산기슭에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었다. 지금 개성에 있는 대정(大井)이 바로 그 우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들은 일년을 살았다. 하루는 돼지가 우리에 들어가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왔다. "돼지야, 이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네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 가겠으니 앞장을 서거라." 용녀가 눈치를 채고 이렇게 말하자 돼지는 알았다는 듯이 일어나 송악산 남쪽 기슭에 가서 드러누웠다. 작제건은 그곳에 새로 집을 지었다. 그곳은 바로 강충이 살았던 곳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원래 살던 영안성을 왕래하면서 30년을 살았다. 용녀는 송악산 새 집의 침실 밖에 우물을 파고 그리로 해서 용궁을 왕래하였다. 이 우물이 곧 광명사 북쪽에 있는 우물이다. 용녀는 우물을 통해서 용궁으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심지어는 남편인 작제건에게도 보이지 않으려고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그렇지만 작제건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작제건은 용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용녀가 용궁으로 가는 모습을 몰래 엿보았다. 용녀는 한 소녀를 거느리고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오색 구름을 일으키며 황룡으로 변하였다. 작제건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어서 감히 입을 벌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튿날 돌아온 용녀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부부의 도에는 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당신은 이미 약속을 어겼으니 나는 더 이곳에 있을 수 없소." 용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소녀와 더불어 다시 용으로 변하여 우물 속으로 들어간 뒤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작제건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도 용녀는 네 아들을 남겨놓고 갔기 때문에 작제건에게는 조그만 위로가 되었다. 작제건은 아들을 잃고 쓸쓸하게 살다가 만년에는 지리산의 장갑사에서 조용히 불경을 읽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남은 용건(龍建)이라 불렀는데 뒤에 이름은 융(隆)으로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