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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경(공효진분)은 드라마 파스타에서 3년간 뼈빠지게 주방 보조 생활을 끝내자, 드디어 서유경 인생에도 햇살이 비추기 시작해요. 비록 소리는 버럭버럭 지르지만 핸썸하고 다정다감한 쉐프와 연애를 시작하게 됐으니까요. 올레~! 이런 날을 위해 그 고생을 했음이 틀림 없어요. 사실은 쉐프 자리엔 평균 이상의 싱글남이 오면 무조건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아마 최쉪도 밖에서 만났다면 그렇게 하늘같이 높고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거에요. 주방에서 상사로 있기 때문에 후광효과 100배인 거에요. 사내 연애를 꿈꾸는 모든 남성들은 그 점을 최대의 이점으로 삼아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을 잽싸게 낚아챌 수 있어요. 사내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은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있다는 거에요. 파스타 만들면서 곁눈질로 한 번 봐요. 눈이 마추쳤어요. 최쉪도 내가 신경이 쓰이는 거에요. 최쉪이 이쪽으로 다가와요. 일부러 냉장실로 가요. 머쓱해진 최쉪을 보니 웃음보가 터져나와요. 하늘 같이 높아보이던 쉪이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오는 순간이에요. 웬지 모를 성취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사내 연애를 하면 또 좋은 점은 007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거에요. 원래 밥도 몰래 먹어야 더 맛있다고 했어요. 사람들 모르게 비밀 연애를 하면 짜릿함도 2배, 긴장감도 2배, 흥분도 2배가 되요. 남들 몰래 편의점에서 만나려고 했어요. 손님(사장)이 쫒아와서 실패해요. 한밤중에 주방에서 눈키스 했어요. 은수에게 딱 걸려요. 초콜렛 가게에서 초콜렛을 주려고 했어요. 해고녀 3인방에게 추궁을 당해요. 언니들, 이런데서 노니까 가게에 파리만 날리는 거에요.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옛말이 틀린게 없어요. 그런데 이런 우라질 브라질레이션!!! 남친의 옛 여친과 한 직장에서 일 해봤어요?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얼굴도 이쁘고, 실력도 뛰어나고, 돈도 많은 엄친딸 상사가 최쉪의 옛날 여친이래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엄친딸 상사는 뭐가 부족한지 페어 플레이를 하자고 도전장을 내밀어요. 사내 연애를 비밀리에 하면 안좋은 게 이런 거에요. 이미 품절남인 걸 모르고 여기서 찝적, 저기서 찝적,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속이 다 뒤집어져요. 게다가 최쉪은 평소보다 더 꽥꽥 거려요. 아무리 사내 연애를 감추려고 그런다지만, 눈물이 쏙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사내 연애를 하면 자연스러울 수가 없어요. 더 무심한 척 하거나, 더 혼내는 척 하거나, 그렇다고 티 나게 잘해줄 수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직장 안에서의 관계가 어려워져요. 사내 연애를 할 때 꼭 필요한 건 모든 사실을 다 알면서 덮어줄 동료에요. 주방보조 은수가 그런 존재에요. 입 무겁고 완벽한 내 편인 동료를 섭외해 다른 사람의 의심에 대한 방패로 꼭 사용하세요. 하지만 무엇보다 서러운 건, 우리의 사랑을 부정해야 한다는 거에요. 비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쉪이 아무말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막상 나를 좋아한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서운함이 몇배로 뒤통수를 날려요. 나 혼자만 좋아하는 거라고 선배들에게 변명을 하면서도 왠지 억울한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쉪이 비겁한 것 같기도 해요. 오만가지 생각에 짜증만 솟구치니 사내 연애를 하면 좋은 건 잠깐이구나 싶어요. 시작은 왜 했나 싶고, 사서 고생하는 스스로가 불쌍해져요. 최 쉪도 힘들거라는 걸 알면서도 투정을 부리는 내 자신이 못난이처럼 느껴져서 자꾸만 절인 배추가 돼요. 도저히 이렇게는 안되겠어요. 서유경은 원래 이렇게 나약한 여자가 아니었어요. 엄친딸과 다른 면을 보여주어야 쉪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는 거에요. 굳은 결심을 다지고 있는데 쉐프가 걱정 가득 소심해져서 달려왔어요. 사내 연애를 하면 좋은 건,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어떤 걸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는 거에요. 쉐프가 파스타 레시피를 내밀어요. 저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품이에요. 다른 여자는 반짝이는 선물을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내겐 저게 최고의 선물이에요. 파스타 라인으로 가도 된대요. 쉐프 빽은 싫다고 했어요. 쉪의 눈에 하트가 가득해요. 기다리던 순간이 왔어요. 절인 배추와 덩달아 쳐져있던 쉪이 해맑게 살아났어요. 내가 예뻐 죽겠대요. 그동안 쉪에게 쌓였던 앙금이 눈 녹듯이 녹아요. 이 맛에 연애를 하는 건가봐요. 최쉪은 내가 말하는 "예~ 쉪~" 소리가 제일 듣기 좋대요. 소원대로 신나게 얘기해줘요. "예~ 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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