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민국(困民國)이 있는데 성은 구(勾)씨이고 (기장을) 먹고 산다. 왕해(王亥)라는 사람이 있었다. 은나라 탕왕의 6대나 7대 위 선조 때까지만 해도 은 민족은 동방의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 왕해라는 위대한 왕이 있었다. 왕해는 갑골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은 민족의 위대한 선조이다. 왕해는 동물을 기르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고, 백성들이 그의 가르침대로 동물을 기르니 튼튼하고 번식력도 뛰어나 민족 전체가 풍족해 졌다. 왕해는 동생인 왕항과 의논하여 남아도는 가축을 다른 물건으로 바꾸기 위해 유역(有易)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튼튼하고 살찐 소와 양을 골라내고 또 건강한 젊은이들을 목동으로 뽑아 출발 준비를 했다. 유역으로 가는 길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축을 몰고 거친 황하를 건너야 했다. 다행히 황하를 다스리는 신인 하백은 왕해에게 우호적이었고, 강 건너 유역의 국왕과도 친한 사이었다. 황하를 가운데 둔 두 나라가 서로 교역을 하겠다고 하니, 하백으로써는 기쁜 일이었다. 하백은 기꺼이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왕해와 왕항은 무사히 황하를 건널 수 있었다.
곤민국(困民國)이 있는데 성은 구(勾)씨이고 (기장을) 먹고 산다. 왕해(王亥)라는 사람이 있었다. 은나라 탕왕의 6대나 7대 위 선조 때까지만 해도 은 민족은 동방의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 왕해라는 위대한 왕이 있었다. 왕해는 갑골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은 민족의 위대한 선조이다. 왕해는 동물을 기르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고, 백성들이 그의 가르침대로 동물을 기르니 튼튼하고 번식력도 뛰어나 민족 전체가 풍족해 졌다. 왕해는 동생인 왕항과 의논하여 남아도는 가축을 다른 물건으로 바꾸기 위해 유역(有易)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튼튼하고 살찐 소와 양을 골라내고 또 건강한 젊은이들을 목동으로 뽑아 출발 준비를 했다. 유역으로 가는 길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축을 몰고 거친 황하를 건너야 했다. 다행히 황하를 다스리는 신인 하백은 왕해에게 우호적이었고, 강 건너 유역의 국왕과도 친한 사이었다. 황하를 가운데 둔 두 나라가 서로 교역을 하겠다고 하니, 하백으로써는 기쁜 일이었다. 하백은 기꺼이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왕해와 왕항은 무사히 황하를 건널 수 있었다. 당시 왕해의 나라는 유역보다 훨씬 강대했다. 유역은 산속에 있는 작은 나라에 불과 했다. 유역의 국왕 면신(綿臣)은 신하들을 이끌고 친히 멀리까지 나가 왕해를 맞이하였다. 왕해 형제는 유역에서 몇 달 동안 푹 쉬었다. 왕해는 원래 음식을 밝히는 인물이었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무한정 있는 대로 먹어치우곤 했다. 왕해가 얼마나 잘 먹었는지 전해지는 그림들 중에 그는 설익은 새 한 마리를 들고 머리를 물어뜯는 모습으로 그러진 것도 있다. 동생인 왕항은 형과 달리 미인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 여자를 찾느라 혈안이 된 왕항의 눈에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 된다. 그녀는 면신의 왕비였다. 왕항은 면신의 아내를 꾀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렇게 조신한 여자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면신의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왕항의 수작에 넘어가고 말았다. 워낙 아름다워 남자들의 구애에 익숙해 있던 그녀는 곧 왕항에게서 흥미를 잃었고 그의 형인 왕해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왕해는 눈썹이 짙고 눈이 컸으며 늘 말이 없었다. 술자리에서는 무슨 음식이든 거절하지 않고 호탕하게 먹어대곤 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말없이 듬직하고 자상해 보이는 왕해에게 그녀는 온통 정신을 빼앗겼다. 면신의 아내는 노골적으로 왕해에게 접근했다. 먹는 것만 탐하던 왕해도 여인의 유혹에 쉽게 무너졌다. 마침내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왕항에게 알려졌고 왕항의 가슴속에는 질투의 불길이 맹렬히 타올랐다. 이런 왕항에게 유역왕을 호위하는 청년근위병이 다가왔다. 청년 근위병은 왕해 일행이 오기 전에 왕비와 은밀히 애정을 주고받은 사이였다. 사랑에 버림받은 둘은 한통속이 되었다. 그날부터 왕항은 왕해의 일정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왕해가 사냥을 갔다 함께 온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서 궁전 뒷문으로 들어가자 왕항은 근위병을 불러 거사토록 재촉했다. 근위병은 도끼를 가지고 궁전의 담을 넘어 왕비의 침실로 들어갔다. 왕비는 그 때 마침 면신의 부름을 받고 왕에게 가고 없었다. 왕해는 옷도 벗지 않고 신발도 신은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근위병은 품속에서 도끼를 꺼내 왕해의 목을 내리쳤다. 질투에 눈먼 그는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고 왕해의 팔다리는 모두 잘려나갔다. 그리고 침대보로 몸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 황급히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곧이어 궁녀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궁전을 뒤흔들었다. 결국 궁을 지키던 왕의 호위대에 청년 근위병은 체포되어 국왕 앞으로 끌려갔다. 근위병은 일의 자초지종을 국왕에게 알렸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수록 면신의 얼굴색은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면신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왕비의 배신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유역보다 강한 은나라의 왕이 그의 나라에 와서 죽었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간교한 왕항도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저들의 나라는 자기 나라보다 크고 힘이 강하다. 만일 왕항마저 죽인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터, 유역은 졸지에 전쟁터가 되고 말 것이다. 면신의 고뇌는 컸다. 결국 왕항을 죽이지 않고 그가 가지고 온 소와 양떼를 몰수 한 뒤 나라 밖으로 추방하는 것으로 일단락 짓기로 했다. 청년 근위병은 왕과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왕해를 죽인 것이므로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울며불며 변명하면서 매달리는 왕비를 보는 순간 면신은 마음이 약해져서 왕비를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왕항을 살려 돌려보낸 것은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