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 - 제다이 마스터 사이포 디아스가 공화국의 군대를 비밀리에 준비할 당시, 그가 클론 군대의 제작을 의뢰했던 카미노의 클론 기술자들은 그의 유전자를 주형으로 클론 제다이 군대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사이포 디아스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 현상금 사냥꾼 장고 펫을 주형으로 클론 군대를 만들게끔 했다. 사이포 디아스가 클론 제다이 군대를 반대했던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 클론 군대 자체가 이미 제다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비윤리적인 것이었고 - 소위 "권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클론 군대도 그런 마당에 제다이 클론 군대를 만든다는 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겠죠. 전쟁이 끝난 뒤의 처우 문제도 생각해 봐야겠고, 무엇보다 제다이를 훈련시킨다는 건 대군단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었으니 자신이 본 전쟁의 비전이 그 실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했던 그로서는 이래저래 곤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왜 카미노 인들은 제다이를 클로닝하고 싶어했을까요? 제다이나 군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고 해도, 제다이란 존재가 보여주는 복잡함-미스테리함?-을 생각해보면 제다이 군대라는 것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모될지는 카미노 인들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영화에서의 이코노믹 애니멀스러운 모습만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잘 되질 않아요. 그들이 자신들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렇기에 자신들의 기술이 갖는 - 갖는 것으로 인식되는 -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과학자로서의 그들의 면모를 덧붙여 생각해봐야 한다. 요컨대, 제다이의 클로닝이란 일반인의 클론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죠. 그럼 왜 어려운가. 클론이 갖는 대표적인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럼 클론이 갖는 대표적인 문제점이란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것이죠. 물론 클론 전쟁을 다룬 이제까지의 EU 작품들과 앞으로 나오게 될 EU 작품들에서의 클론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그것은 부작용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킬 수 있었던 카미노의 기술력 덕분이지, 클론의 정신적 문제가, 클론 기술 그 자체가 갖는 리스크라는 점은 불변이다. 클론의 정신적 문제는 간단히 말하면 정체성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플갱어 효과라고 하던가요? 자신과 동일한 존재를 만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정신적 충격,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파괴욕구까지 유발시키다 못해 끝내 정신을 붕괴시키는 효과(설령 도플갱어를 죽인다고 해도 정신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상황에서는 또 자기가 자기를 죽였다는 착각까지 겹쳐져서 사태가 더 악화되지요), 클론이 겪는 정신적 문제는 쉽게 말해 거기서 나온다. 리퍼블릭 코만도 게임 오프닝으로 압니다만, 클론 태아(?)가 발육기 같은 실린더 안에서 고개를 돌릴 때 수많은 자신과 동일한 클론들이 보이는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때는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인간이라고도 보기 어려운 미성숙 상태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죠. 하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서의 클론은 빠르게 만들면 20일 안에 성체가 된다. 육체적으로는 완성된 상태인데 정신적으로는 그 태아보다 약간 더 나아간 상태 - 생후 20일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전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훈련 등등이 문제가 아니라 - 아니, 그런 훈련을 다 받고도 정신연령이 생후 20일이라면 더 큰 문제지만 - , 정서적으로 전혀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단 말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자신과 똑같은 이들 수만 명을 일시에 목격하게 된다면, 쌍둥이들이 흔히 갖는다는 농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수만 명이 공유하게 된다면야 해피엔딩이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요. 때문에 카미노 인들은 클론들에 대한 유전자 조작과 함께, 그들을 무려 10년에 걸쳐 양성하는 것으로 이에 대응했습니다. 클론,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들이 생긴 것이나 유전자 형태로는 자신과 똑같지만 정신적으로는 다른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기에 충분한 기간을 둔 것이죠. 육체적으로는 똑같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신과 남의 차이점,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클론의 정신적 문제의 근본 요인을 상당부분 제거하는 셈이 되니까요. 클론워즈 3D도 그렇고, 적잖은 클론 전쟁 관련 EU 작품들을 보면, 하다못해 얼굴에 난 흉터나 헤어스타일 등등으로 똑같은 얼굴인데도 각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클론이 너무 사람같은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지만, 그런 정체성 관련 문제에 대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날라리같으면 어떻습니까, 미쳐 날뛰지만 않으면 고만이지. 그런데 제다이의 클로닝이 어려운 이유가 이거랑 무슨 상관이냐, 상관이 있습니다. 클론들이 느끼는 도플갱어 효과 - 동일성의 인식을 매개하는 것이,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는 다름아닌 "포스"거든요.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포스는 만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힘, 클론들 사이에서도 그것은 엄연히 작용하고 있고, 바로 그 포스를 통해서 클론들은 자신들이 서로 완벽하게 같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카미노에서처럼 적응할 시간이 넉넉하다거나 외부에서 유전자 조작을 받는다거나 하지 않고 바로 외부에 노출된다면 그대로 무너지는 거죠. 제다이는 이 "포스"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클론의 정신적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적은 또 "포스"죠. 제다이를 클로닝한다. 앞뒤 맞나요? 포스에 접하는 훈련, 포스에 접하는 감각을 태어날 때부터 자각하건 말건 가지고 있는 이들인데, 그들을 클로닝하게 되면 포스의 작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붕괴되기 십상. 골때리죠(......). 물론 다른 클론들처럼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을 두어 기른다면 모르겠지만, 이들은 다른 존재들에 비해 포스에 더 민감하기에, 그만큼 더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그냥 만들어놓는다면 또 모를까, 전쟁에 나간다면 필경 상당수가 죽어나갈 텐데, 간신히 정서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었다 한들, 그런 전우들의 죽음에서 느끼게 될 감정적 중하 - 자신이 죽었다는 일종의 감정이입? - 가 수백만 단위로 쌓여서 폭발한다면(....................). 물론, 쓰론 대제독 같은 경우는 이살라미리를 사용해서 이 포스 자체가 아예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 클론들을 빠른 시간안에 뽑아내면서도 그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는데 - 동일성을 아예 인식 못하도록 만들어서 -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다이 클로닝에 있어서 포스를 차단한다는 건 또 문제가 다르죠(......). 카미노 인들의 클론덕후(......) 성향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해낸다는 데 따르는 성취감은 무시 못할 유혹이었을 것입니다만, 또한 그 리스크도 어느 정도는 인식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에게 포스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면 이야기겠지만, 포스 자체에 지식이 깊은 사이포 디아스라면 클론 테크놀러지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만 갖게 되었더라도 직감할 수도 있었겠죠. 제다이 기사는커녕 파다완만큼도 안되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던 레아 오르가나 솔로조차도 직감적으로 깨달았던 사실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