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 - 만달로리안이란 개념 자체는 사실 에피소드5 때부터 존재해왔다. 영화에서는 전혀 그려지지 않지만 소설판을 통해 "클론 전쟁 당시 제다이들에게 패배한 사악한 전사 종족"이라는 설명이 붙었었다. 물론 현재에 와서 이 설정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고 '제다이들에게 패배한'이란 문구는 클론 전쟁 이전으로 넘겨져 트루 만달로리안과 데스와치의 내전에 제다이 기사단이 무력개입을 한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이건 사족이고, 실질적으로 '종족으로서의 만달로리안'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은 케빈 앤더슨과 톰 베이치가 고대사를 써내려가면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루카스 머릿속에서는 만다로리안 개념이 사라져버렸는지 에피소드2를 만들며 장고 펫을 클론 모태로 삼는, 별 생각도 하지 않은 듯한 행위를 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만달로리안이 전혀 언급도 되지 않고, 이를 암시하는 연출도 전혀 없다. 따라서 사실상 만달로리안은 루카스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지만 온전히 EU 세계에서 발전된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는 클론과 만달로리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클론은 만달로리안 역사에 있어서 한 장을 차지하게 됐다. 영화에 등장한 '클론'과 EU 세계의 '만달로리안'을 접목시키는 작업에 대해서는 흔히들 카렌 트래비스를 얘기합니다만 트래비스는 가장 큰 공로자일 뿐, 이 혁신적인 개념을 노골적으로 제시할 생각을 한 것은 게임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이다. 제작진이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걸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는 간접적이지만 노골적인 방식으로 클론과 만달로리안을 연결시켰다. 정작 작중에 만달로리안은 커녕 '만' 자도 등장하는 일이 없지만 그 주제가는 만달로리안 언어로 되어 있었고 코루스칸트와 스스로를 연결시키는 등, 공화국 의원님들이 조금만 역사에 밝았다면 경을 칠만한 내용이었다.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와 함께 쓰여진 것이 바로 게임의 타이-인....은 밥 말아먹고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다뤘던 카렌 트래비스의 스타워즈 데뷔 소설인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 하드="하드" 컨택트="컨택트">였다. 근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오메가 스쿼드가 상대하는 자는 만달로리안 워로드인 게즈 호칸... 이건 노린 거죠. 작중에서 클론들 스스로 만달로리안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일은 별로 없지만 게즈 호칸은 장고 펫과 만달로리안의 아머를 입은 클론들을 못마땅하게 보며 클론들의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한다. <하드 컨택트="컨택트">는 예상 외의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단순히 게임이랑 좀 엮어서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신인 작가인 트래비스를 기용해 써냈는데 이게 의외로 엄청난 대박을 거둔 것이다. 2003년 출시되어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매튜 스토버의 <섀터포인트>와 함께 클론 전쟁기... 아니, 스타워즈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의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나온 게 문제의 소설...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 트리플="트리플" 제로="제로">다. <트리플 제로="제로">는 전작의 뛰어난 흥행적, 비판적 성공의 후광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해 카렌 트래비스를 단순한 인기 작가 이상의 존재로 격상시켰다. 이 소설에서 트래비스는 전작을 쓸 당시와 비교도 안되게 커진 입지와 팬심을 등에 엎고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클론의 만달로리안화는 급진전을 맞게 된다. 자의식을 완전히 갖춘 널-아크 (Null-ARC) 클론의 등장과 함께 클론들은 아크 (ARC) 계열 클론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스승인 만달로리안 교관들의 뒤를 잇는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카렌 트래비스는 스스로 '만달로리안 엄마'를 자처하게 된다. 전투종족이 주는 환상과 함께, 아무래도 당시 매니아 위주였던 고대 시대 팬층이 아니라 영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클론 전쟁기 팬층에 만달로리안이 부활했다는 것은 팬들로서는 매우 신선한 일이었다. 당장 가장 유명한 스타워즈 팬클럽인 501사단이 트래비스 빠돌 그룹의 선봉이 되었고 트래비스는 보바 펫의 아역 배우 다니엘 로건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만달로리안을 가지고 게이짓 색깔놀이 등을 하는 등 팬층과 매우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했다. 현대 만달로리안 설정이 정립된 것 역시 이 당시 트래비스가 작업한 결과물이며, 톨킨의 엘프어 같은 '만달로리안어' 역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카렌 트래비스는 지나쳤다. 세번째 작품인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 트루="트루" 컬러즈="컬러즈">에서부터 조짐을 보이고 급기야는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메인스트림에도 뛰어들어 이해할 수 없는 깽판을 쳐놓더니 문제의 그 소설 <오더 66>을 내놓은 것이다. <오더66>은 혁명이었다. 아니, 혁명이 아니라 미친 반란이었다. 카렌 트래비스는 이 소설에서 '오더66'이란 사건을 재정의하는 시도를 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클론, 즉 만달로리안을 세계관의 중심에 놓으려고 해버린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만달로리안은 공화국 vs 제국(?), 제다이 vs 시스라는 스타워즈의 기본 구도를 깨고, 만달로리안을 제다이/시스와 동등한 위치에 올리는 삼국지의 형태를 띄게 됐다. 아니, 오히려 만달로리안이 제다이와 시스 위에 올라서게 됐다고 하는 편이 맞을까요? 카렌 트래비스의 소설 속에서 제다이는 철저하게 위선자로 그려졌고 만달로리안은 그들의 탄압에 항거하여 성스러운 숙청을 벌이는 선택받은 민족인 양 포장되었다. 이는 위 두 표지의 차이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오더66>은 발매 직전에 표지가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바꼈는데, 이는 트래비스의 요청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제가 저 표지 변경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썼었는데요, 트래비스는 새로운 표지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더욱 합치한다고 코멘트 했다 합니다. 즉, 첫번째 표지가 오더66이란 사건을 하나의 기만과 비극 앞에 선 클론의 덤덤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보여줬다면 새로운 표지는 나치 제다이에 의한 정의로운 클론들의 항거!!라는 의미를 보여준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오더66의 본질은 절대 그럴 수가 없거니와, 그렇게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트래비스가 얼마나 만달로리안에 미쳐 주화입마를 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클론을 통해 만달로리안을 현세대에 부활시킨 것은 신선한 시도였지만 그로 인해 스타워즈의 기본적인 판을 작가 독단에 의해 박살내버리는 것은 메리수를 넘어 그냥 독선이었다. 결국 트래비스는 이 한 권으로 웬만하면 소설계에는 개입하지 않는 노선을 취하고 있는 루카스의 눈밖에 나버렸고, <리퍼블릭 코만도="코만도"> 시리즈의 후속작인 <임페리얼 코만도="코만도"> 시리즈를 집필하던 중 갑작스럽게 쓰고 있던 소설과 설정집이 취소되거나 작가가 교체되는 등의 철퇴를 맞았고 결국 스타워즈계에서 영원히 축출되었다. 당시 델레이 출판사나 루카스필름 측에서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지만 팬들은 <레거시 오브="오브" 더="더" 포스="포스"> 시리즈에서 트래비스의 깽판으로 인한 팀워크 붕괴와 함께 <오더66>의 폭주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