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 - 시디어스의 시스관(觀)은 둘의 규율(Rule of Two)에 대한 저항이다. 괜히 둘의 규율 안 지키고 지 멋대로 하다가 베인에게 혼난 건 크레이트가 유일하지만, 팰퍼틴 역시 둘의 규율 따위는 국에 말아 후루륵 잡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스 시디어스와 다스 베이더까지를 베인대 시스로 규정하는 것은 그가 '형식상'으론 둘의 규율을 지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형식적 법치'에 비유할 수 있겠다. 분명 시디어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다스 몰을 제자로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둘의 규율을 깬 것이 아니었다. 베인이 규정했던 것들인 '스승을 죽이고 시스 로드가 되어야 한다'라던가 '제자는 단 한명만 들여야 한다', 그리고 '제자가 여럿이 생길 경우엔 경합을 붙여 승리하는 자를 받아들인다' 등의 규칙을 성실히 이행했었다. 게다가 다스 몰의 경우만 제외하면 '시스는 단 둘만이 존재한다'라는 규율의 핵심까지 어기지 않고 있었다. 물론 제국 휘하에 여러 다크 사이드 엘리트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일단 '시스'가 아니라 하찮은 '다크 제다이'였으니까요. 일종의 편법이다. 하지만 시디어스가 둘의 규율을 '실질적으로' 지키고 있었는가?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둘의 규율은 형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정신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시디어스는 이를 완전 깨부수고 있었거든요. 일단 규율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는 '제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베인대 시스 기사단에서 제자의 존재는 시스의 대를 이어나가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죠. 물론 '소중하다'고 해서 스승이 제자에게 상냥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자가 차기 시스로서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바로 휴지처럼 버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스승은 제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하고, 자신보다 강하게 키울 의무가 있다. 그리하여 제자가 강해져 스승을 압도할 힘을 가지게 되면 가차없이 그를 쳐 죽이고, 스스로 시스 로드가 되어 다음을 이을 제자를 찾아야 한다. '청출어람'의 잔혹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디어스는 둘의 규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 '청출어람'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그에게 제자는 '시스를 이어나가기 위한 자산'이 아닌 '이용해먹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죠. 그래서 제다이 요인(要人)의 암살을 위해 다스 몰을 시스가 아닌 살수로서 키웠고, 티라누스는 일종의 정치적 프론트맨으로 만들었으며, 베이더 역시 황제의 더러운 일을 해주는 주먹에 불과했죠. 그러다 베이더가 늙어가고 자신에 대한 반감을 품으니 더 싱싱한(?) 루크에게 눈독을 들인 것이고요. 팰퍼틴이 '시스의 존속'과 '힘의 유지'를 위해 베인이 만든 둘의 규율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방법으로 시스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팰퍼틴의 스승은 다스 플레이거스 더 와이즈. 미디클로리안과 그에 직결되는 '생명'에 대한 연구에서 은하계 역사상 그 누구보다 앞서나갔다고 알려져있는 인물이었죠. 그리고 그 플레이거스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바로 '영생'에 이르는 길이었죠. 팰퍼틴은 그 영생의 연구를 얻은 후 플레이거스를 살해했다. 그렇습니다. 시디어스가 시스를 이어나가려 했던 방법은 제자로, 그리고 그 다음 제자로 이어지는 리니지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영생'을 얻어 혼자서 영원히 군림하는 유아독존의 길로 나갔던 것이죠. 그런 그에게 제자는 다른 다크 제다이들과 마찬가지로 도구,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강력한 도구'에 불과했다. 물론 시디어스는 영생을 얻지 못했고, 클론에 대한 '영혼 이전'이라는 보다 번거로운 작업으로 살아갔지만, 만약 그가 영생을 얻었다고 하면 제자를 들이고, 그 제자가 자신 보다 강력해지기 전에 새로운 제자로 교체하는 작업이 수없이 반복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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