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 - 연정로는 고구려의 대대로이다. 병사들은 무거운 저울을 짊어지고 대대로에 입후보한 연개소문의 측근 연정로와 영류왕의 측근 선회영이 당당한 걸음으로 입장합니다. 어떤 귀족이 어떤 후보를 뽑았는지 비밀리에 붙여지지 않고 대놓고 라인 타서 밀어주기(?) 하는 고구려 대대로 투표. 수십명의 귀족들이 일제히 회의장 가운데로 나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앉은쪽의 저울에 자신이 들고있는 홀을 놓았고, 저울의 무게는 오른쪽에 기울었다가 왼쪽에 기울었다를 반복합니다. 저울은 좌우로 기울었다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저울의 무게가 수평을 이루는 상황에 직면했고, 고구려 대대로 선출은 저울의 무게가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누가 어느쪽에 홀을 올려놓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투표 가능한 귀족들이 양문파뿐이 안남은 상태에서 양문파 세력의 대신중 하나인 양진욱이라는 자는 연개소문의 측근인 연정로가 앉은 쪽에 홀을 놓았고, 저울은 이제 완전히 연정로 쪽으로 기울게됩니다. 중립을 표명하는 양문세력의 대신인 양진욱이 연개소문파를 지지하게된 까닭은 연개소문의 협박이었습니다. 중립을 표명하는 양진욱이었지만 무기 밀매를 한 사실이 연개소문에게 알려지자 이 사실이 알려질것을 두려워한 양진욱은 연개소문의 뜻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연개소문파를 지지하게 된것이었습니다. 양문은 아예 홀을 올려놓지 않으며 중립을 다시한번 표명했지만 자신의 세력인 양진욱이 연정로 쪽의 저울에 홀을 올려놓자 양문은 놀라움과 분노감에 가득찬 눈빛으로 연개소문을 바라봅니다. 양문을 버리고 양진욱을 선택하는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연개소문 덕분에 연정로는 고구려의 새 대대로에 선출되었고 연개소문파 대신들은 이 광경을 함성을 지르면서 기쁨과 감격에 젖은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연개소문의 완벽한 승리였고 영류왕의 패배였습니다.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던 영류왕은 연정로가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자신의 편으로 두었죠. 바뀐 대대로 연정로는 연개소문을 천리장성으로 가라고 하였다. 새 대대로에 선출된 연정로는 단상 위로 올라가 대대로 당선 연설을 합니다. 자신의 세력이 대대로에 당선되었으니 더이상 볼것도 없다고 판단한 연개소문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연개소문의 귀에 들린 연설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대로 연정로가 연설을 통해 연개소문에게 하루빨리 천리장성 축성감역으로 갈것을 명한겁니다. 친연개소문 세력인 연정로가, 바로 그 연정로가 연개소문에게 천리장성으로 갈것을 명한겁니다. 이 믿을 수 없는 연설내용에 연개소문은 크게 놀라 자리에 멈춰섰고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믿었던 연정로가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에 연개소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미 귀족회의가 연개소문에게 장악당한 상태에서 연정로가 연개소문에게 천리장성 축성감역으로 하루빨리 떠날것을 명하자 모든 귀족들은 연정로를 향해 배신자라는 야유를 퍼부으며 공격을 가했고, 귀족회의장은 순식간에 현대 국회를 방불케 하는 싸움터로 변합니다. 연개소문파 귀족들 또한 연정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노감에 사로잡혀있었던겁니다. 연정로는 이제 세력을 배반하고 영류왕 쪽으로 돌아선 배신자였습니다. 대대로 선출이 있기 불과 수일전, 당나라는 고구려가 당의 요서지방을 약탈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구려를 압박해옵니다. 당시 고구려의 그 누구도 당나라의 이러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고구려군이 요서지방을 약탈했다는 보고를 들은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들은 오히려 당이 먼저 무영 공주 일행을 습격했으니 당이 먼저 전쟁을 선포한거라며 고구려의 요서 약탈 사건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태왕 영류왕은 누가 당나라의 요서지방을 약탈했는지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도 모른채 하다가, 대대로 선출이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행동을 개시합니다. 당나라의 요서지방을 약탈한 사람은 바로 다름아닌 연정로였습니다. 연정로는 말갈 기병들을 고용해 요서 지방을 약탈했고 요서에서 약탈한 노비와 재물로 자신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오래지않아 당나라의 압박으로 인해 표면화되었고, 급기야 영류왕에게 발각되어 약점이 잡히고 맙니다. 연정로는 국법을 어겼고 국법을 어긴자는 대대로 후보가 될 수 없었습니다. 어디 대대로 후보가 될 수 없는것 뿐이라면 다행이랴, 국법을 어겼으니 삼족이 몰살당해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연정로는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고 대대로 후보직을 고수하기 위해 영류왕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연정로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된 영류왕은 연정로가 연개소문을 배신하고 천리장성 축성감역으로 갈것을 명하는 대가로 연정로가 요서지방을 약탈한 사건을 덮어버립니다. 대대로 선출이 있기전부터 연정로는 이미 영류왕 세력이었던겁니다. 그렇다면 해태수를 죽인것 또한 영류왕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연개소문을 축성감역으로 보내라는 명 조차 내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만 되는 대대로 해태수를 영류왕은 연개소문 암살작전을 이용해 몰래 죽여버린것이었고, 대대로 선출에서 영류왕 세력이 당선될 가능성은 아예 없으니 차라리 연개소문파 대대로 후보인 연정로를 자신의 세력으로 몰래 끌여들여 연개소문의 뒤통수를 치기로 결정한겁니다. 연개소문이 양진욱을 포섭하는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귀족회의 장악에 힘을 쓴것은 오히려 영류왕을 도와준 꼴이 된겁니다. 연개소문은 영류왕에게 완전히 놀아난 꼴이 되었고, 정치싸움에서 패배했습니다. 연개소문은 이제 천리장성 축성감역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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